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덥지도 춥지도 않은 흐린 아침, 덕소역 플랫폼에 서 있었다.
기차가 오기 전의 그 정적 속, 나도 모르게 마음이 고요해졌다. 익숙한 일상 속을 벗어나 어딘가로 떠나고 싶은 마음, 그게 오늘 나를 여기로 이끌었는지도 모른다.
KTX, ITX, 무궁화… 어디로든 갈 수 있는 길이 열려 있는 이곳에서 목적지는 그리 중요하지 않았다. 중요한 건, 지금 내가 ‘떠나고 싶다’는 마음 하나였다.
가만히 시간표를 들여다보며 상봉, 청량리, 강릉, 제천 같은 도시 이름들을 눈으로 따라가 본다. 가본 적 없거나, 언젠가 잠시 스쳐 지나갔던 곳들.
멀리서 기차가 들어오는 소리가 들리자, 가슴 한구석이 설렜다.
여행은 어쩌면 먼 곳이 아니라, 내 마음속 변화에서 시작되는 것 아닐까. 오늘이 아니어도 괜찮다. 언젠가는 저 플랫폼을 지나, 나도 어딘가로 떠나게 될 테니까.
아니다... 출근하자....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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