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2 봉주르 팔당에서 모닝커피 따스한 봄볕이 막 언덕 위를 넘어서던 오전, 우리는 팔당호 수면에 잔잔히 비친 빛을 따라 ‘봉주르 팔당’의 작은 흙길을 걸어 올라갔다. “신봉주르 입구”라고 적힌 흰색 이정표가 반갑게 방향을 알려주고, 새벽 이슬을 머금은 단풍나무 그늘이 길손의 어깨를 포근히 덮는다. 평평하게 다듬은 디딤돌을 밟을 때마다 바스락거리는 흙내가 고소하게 올라와, 아직 덜 깨어 있던 감각이 천천히 기지개를 켠다. 길 끝에 다다르면 유리와 목재가 어우러진 2 층 건물이 숲 사이에 고즈넉하게 서 있다. 모던한 직선은 주변의 자연을 방해하기보다는 배경처럼 물러서 있어, 초록과 벽면이 함께 숨 쉬는 느낌이다. 옥상 데크엔 크림색 파라솔이 조용히 펼쳐져 있고, 1 층 테라스를 감싸는 커다란 유리창은 마치 호수를 향해 열어 둔 거대한 .. 2025. 4. 28. 서종 나인블록 9 BLOCK 바람이 투명하게 흔들리던 오후, 오래된 컨테이너 간판 속 녹슨 철판 위로 ‘9 BLOCK’이라는 흰 글자가 반짝였다. ‘Time Machine Art Space’라는 문구처럼, 그 순간 나는 잠시 시간을 되감는 기분이 들었다. 가느다란 자작나무들이 길게 늘어선 오솔길을 따라 걸음을 옮기자, 은빛 잎새 사이로 햇살이 쏟아지고, 발끝에서는 나무 껍질 향이 은은히 스며들었다. 길 끝에 숨어 있던 붉은 벽돌 건물이 모습을 드러냈고, 빨간 모자를 눌러쓴 여행자 한 사람이 셔터를 누르며 풍경을 포개고 있었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노란 구체 전구들이 낮게 매달려 부드러운 금빛을 드리웠다. 진한 커피 향과 함께 구수한 빵 냄새가 포근히 감싸 안고, 투명한 유리 진열장 속에서는 버터의 윤기가 방금 구운 크루아상 위에서.. 2025. 4. 28.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