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스한 봄볕이 막 언덕 위를 넘어서던 오전, 우리는 팔당호 수면에 잔잔히 비친 빛을 따라 ‘봉주르 팔당’의 작은 흙길을 걸어 올라갔다. “신봉주르 입구”라고 적힌 흰색 이정표가 반갑게 방향을 알려주고, 새벽 이슬을 머금은 단풍나무 그늘이 길손의 어깨를 포근히 덮는다. 평평하게 다듬은 디딤돌을 밟을 때마다 바스락거리는 흙내가 고소하게 올라와, 아직 덜 깨어 있던 감각이 천천히 기지개를 켠다.
길 끝에 다다르면 유리와 목재가 어우러진 2 층 건물이 숲 사이에 고즈넉하게 서 있다. 모던한 직선은 주변의 자연을 방해하기보다는 배경처럼 물러서 있어, 초록과 벽면이 함께 숨 쉬는 느낌이다. 옥상 데크엔 크림색 파라솔이 조용히 펼쳐져 있고, 1 층 테라스를 감싸는 커다란 유리창은 마치 호수를 향해 열어 둔 거대한 액자 같다.
문을 열고 들어서면 따뜻한 원목 바 테이블 뒤로 은은한 로스팅 향이 흘러나온다. 이곳의 시그니처 블렌드는 팔당호에서 불어오는 물안개처럼 부드러운 산미와 고소한 단맛이 조화로운 편. 카운터 한켠의 쇼케이스에는 갓 구운 파운드케이크, 패스츄리, 그리고 오늘 우리의 아침을 채워 줄 슈크림 브리오슈가 가지런히 놓여 있다.
주문을 마친 뒤 계단을 따라 2 층으로 올라가면, 실내 천장을 가로지르는 그물망 위로 각종 그린리프 식물이 길게 드리워져 있다. 살랑이는 잎사귀 사이사이로 비추는 햇살 덕분에 실내인데도 온실 같은 포근함이 감돈다. 인조 잔디로 꾸민 바닥, 한가롭게 놓인 벤치형 테이블, 그리고 작은 다육식물을 모아 둔 선반까지—마치 외딴 숲속 온실에 들어온 듯한 기분이 든다.
우리는 통유리 앞 창가 자리에 자리를 잡았다. 은은한 투명도 향 덕분에 공간은 담백하고, 창밖으론 산과 호수가 나란히 겹쳐져 푸른 수묵 한 폭을 그려 낸다.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빨대 삼아 천천히 음미하면, 묵직한 바디감 뒤로 은은한 카라멜 향이 길게 남는다. 갓 데운 슈크림 브리오슈를 반으로 가르면, 또르르 흘러나오는 달콤한 크림이 작은 설렘을 더한다. 빵을 한 입 베어 무는 동안 호숫가를 스치는 바람이 창 너머로 잔잔히 보여, 시간은 더없이 느린 속도로 흐른다.
차분한 이 카페의 백미는 역시 밖으로 이어진 잔디 정원이다. ‘BONJOUR’라고 적힌 알파벳 조형물 옆에는 하얀 파라솔과 우드 벤치가 드문드문 놓여 있어, 따스한 햇살 속에서 책 한 권을 펼치거나 간단한 피크닉을 즐기기에 안성맞춤이다. 시선을 옮기면 팔당호 건너편으로 겹겹이 이어지는 산등성이가 연둣빛에서 짙은 초록으로 차오르는 모습을 한눈에 담을 수 있다.
봉주르 팔당의 오전은 붐비지 않아, 두 잔의 커피가 식어 갈 때까지도 방해받지 않는 여유가 이어진다. 때때로 들려오는 것은 머그가 부딪히는 작고 맑은 소리, 혹은 잔디밭을 산책하던 강아지 목줄의 댕그랑거림뿐. 복잡한 도심을 벗어나 잠시 숨을 고르기엔 이보다 적당한 공간이 있을까.
돌아 나오는 길, 단풍나무 그늘 아래로 쏟아지는 빛 조각이 발등을 타고 흘렀다. ’다음에는 늦은 오후 노을빛까지 보고 가자’는 약속을 마음속에 걸어 두며, 우리는 다시 천천히 디딤돌 길을 내려왔다. 봉주르 팔당이 우리에게 건넨 인사는, 온전히 쉬어도 괜찮다는 다정한 허락처럼 오래도록 따뜻하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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