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요즘 관심

5월 여행, 바다와 절벽 사이에서 잠시 쉬어가기 – 5월의 휴휴암 자차 여행기

by insight5593 2025. 5. 3.

가끔은, 아무 말 없이 위로받고 싶을 때가 있다.
말도 없고, 사람도 없는 곳에서, 그저 자연과 마주한 채 머물고 싶은 마음.

그날, 나는 강원도 속초의 바다 끝자락에 자리한 작은 암자, ‘휴휴암’으로 향했다.
쉴 ‘휴(休)’자가 두 번이나 들어간 그곳, 듣기만 해도 마음이 느긋해지는 이름. 그리고 실제로 그곳은 이름처럼 조용하고 다정한 공간이었다.


🚗 바다를 향해 달린 아침

이른 아침, 서울을 출발해 자차로 속초까지 달렸다.
고속도로를 빠져나와 국도를 타고 달리는 길, 창문을 살짝 열자 바람에 실려온 산내음과 바닷냄새가 코끝을 간질였다.
차창 밖으로는 연둣빛 산들과 저 멀리 푸른 바다가 손짓했고,어느 순간 마음이 아주 가벼워졌다.

네비게이션은 목적지를 **‘휴휴암’**이라며 부드럽게 안내했다.
속초 시내를 살짝 벗어난 곳, 7번 국도를 따라 해안을 끼고 내려가다 보면 작은 이정표가 하나 보인다.
그리고 곧, 바다를 향해 열린 주차장이 반긴다.


🌿 바다를 품은 암자, 고요 속의 안식처

차에서 내리자마자 눈앞에 펼쳐진 건 끝없이 이어지는 동해 바다였다.
햇살은 물 위에서 반짝였고, 파도는 바위에 부드럽게 부딪혔다.
그 소리는 마음속의 작은 파문을 닮아 있었다.

휴휴암은 크고 화려한 사찰이 아니다.
절벽 위에 소박하게 지어진 암자 하나, 그리고 바위 아래쪽엔 작고 둥근 기도처와 바다를 마주한 불상이 있다.

계단을 따라 조심스럽게 내려가다 보면 바다를 향해 고개를 숙인 듯한 거북 모양의 바위가 눈에 띈다.
이곳 사람들은 그 바위를 ‘기도하는 거북바위’라 부른다고 한다.

그 아래에 앉아, 나는 한참을 아무 말도 없이 바다를 바라봤다.
파도 소리가 잠시 머릿속을 비우게 만들었고, 그 틈을 타 조용한 위로가 스며들었다.


🧘‍♀️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의 기적

휴휴암의 매력은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되는’ 곳이라는 데 있다.
사진을 찍지 않아도, 누군가와 대화를 나누지 않아도,그저 그 자리에 있는 것만으로 충분했다.

바람이 얼굴을 스치고, 햇살이 손등 위에 내려앉고, 머리카락 사이로 소금기 어린 공기가 스며들 때,
나는 비로소 '쉰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알게 되었다.

그곳에서의 시간은 느리게, 그러나 깊게 흘렀다.


🍴 마음이 먼저 허기질 때, 따뜻한 식사 한 끼

돌아오는 길, 속초 시내로 다시 들어왔다.
배가 고프다기보다, 마음이 포근해지니 뭔가 따뜻한 걸 먹고 싶어졌다.

그래서 들른 곳은 항구 근처의 작은 생선구이 집이었다.
오래된 간판, 간소한 테이블, 그리고 식당 안을 가득 채운 고소한 냄새. 은은하게 양념된 생선 한 조각을 입에 넣자
바다의 맛이 사르르 녹았다.
반찬 하나하나도 손맛이 느껴졌고, 따뜻한 된장국은 나도 모르게 ‘후’ 하고 불며 천천히 떠먹었다.

식당 아주머니는 말없이 미소만 지었지만, 그 미소가 내겐 참 따뜻하게 느껴졌다.


📍 휴휴암 가는 길 – 자차 안내

  • 서울에서 출발 시, 서울양양고속도로 → 속초 IC 진출
  • 7번 국도를 따라 남쪽으로 약 15분 정도 주행
  • ‘휴휴암’ 이정표가 보이면 우회전 → 암자 입구 주차장 도착
  • 주차 가능 / 무료 / 입장료 없음

✔️ 내비게이션에는 ‘휴휴암’ 또는 ‘속초시 청호동 188-10’ 입력


🍽️ 근처에서 조용히 식사할 수 있는 곳

속초는 유명한 맛집도 많지만,
연휴에는 사람에 치이지 않고 조용히 밥을 먹고 싶은 마음도 생긴다.
그럴 땐 이런 스타일의 장소가 제격이다:

  • 항구 근처의 생선구이 골목: 푸짐한 은대구 조림, 부드러운 고등어구이
  • 조용한 한식 밥상집: 갓 지은 밥, 직접 담근 나물, 소박한 국 한 그릇
  • 오션뷰 브런치 카페: 창밖으로 바다가 보이는 조용한 카페에서 커피 한잔과 샌드위치

무조건 맛있는 것보다,
그날의 기분과 어울리는 음식이 더 중요할 때가 있다.
그리고 이날은, 그런 날이었다.


💕 마무리하며

휴휴암에서의 시간은 길지 않았지만,
그 여운은 길었다.

가끔은 멀리 떠나지 않아도,
비싼 호텔에 가지 않아도,
조용한 바다와 나란히 앉아 있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환해지는 날이 있다.

이번 연휴, 당신에게도
그런 고요한 하루가 찾아오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