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맑고 바람 좋은 5월, 여느 날보다 맑게 개인 하늘 아래
나는 가족과 함께 북한강을 따라 달려 ‘차마시는뜰’이라는 한옥카페를 찾았다.
창을 열자 흘러드는 바람에 마음이 먼저 환해졌다.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마주한 한옥의 고즈넉한 풍경이 나를 먼저 맞이했다.
단아하게 이어진 기와지붕과 고목으로 이루어진 문살, 그리고 그 앞에 놓인 화분 하나까지,
모든 것이 조용히 ‘어서 와요’라고 말을 건네는 듯했다.
마치 시간이 조금 느리게 흐르는 곳에 들어선 느낌이었다.
문 위에는 아직도 크리스마스를 기억하는 듯한 빨간 리스가 걸려 있었고,
그 아래엔 ‘차마시는뜰’이라는 이름이 금빛으로 새겨져 있었다.
이질적일 법한 조합이 묘하게 어우러져, 이곳만의 시간이 있다는 걸 말해주는 것 같았다.
실내에 들어서니 따뜻한 나무 향이 먼저 코끝을 간질였다.
천장으로 뻗은 두툼한 서까래와 조명,
그리고 곳곳에 놓인 식물들이 한옥의 정취에 생기를 더했다.
이곳은 단지 차를 마시는 공간이 아니라, 시간을 머무는 공간 같았다.
가족들과 앉아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잠시 일상의 무게를 내려놓을 수 있었다.
한쪽에서는 아기자기한 소품들이 여행자의 눈길을 붙잡는다.
뜨개 인형과 가방, 팔찌들이 작은 나무 선반 위에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누군가의 손끝에서 정성스레 빚어진 작품들.
그 따뜻함이 그대로 전해져왔다.
디저트 진열대 앞에서는 눈이 먼저 배불렀다.
인절미 와플, 밤떡, 곶감, 콩떡…
전통과 현대가 만나 달콤한 화음을 이루는 모습이었다.
차 한 잔과 곁들이기에 이보다 더 좋은 조합이 있을까?
메뉴판을 훑으며 고른 차는 ‘꽃차’.
이름만으로도 마음이 환해지는 그 차는, 이곳의 풍경과 딱 맞아떨어졌다.
한 모금 머금으니, 향이 입 안에서 부드럽게 피어났다.
창밖으로는 햇살이 가득한 테라스가 보인다.
형형색색의 의자가 놓인 작은 테이블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마주하며,
잠시 말을 멈추고 그저 고요를 마시는 시간.
정원 한 켠, 풀숲 위에 앉아 있는 작은 소년 조형물.
무엇을 기다리는 걸까?
무엇을 바라보는 걸까?
그 조용한 시선이 왠지 모르게 위로가 되었다.
그리고, 오늘의 정점.
가족과 마주앉아 마시는 꽃차 한 잔.
잎과 꽃잎이 어우러진 찻주전자 속에는 봄과 여름, 그리고 나의 소소한 기쁨이 담겨 있었다.
차 한 잔으로 마음을 데우고, 눈앞의 초록으로 시선을 씻는 그런 오후.
이 날의 기억은, 참 따뜻했다.
차 한 잔 속에 담긴 여유,
가족과의 웃음,
햇살 아래 펼쳐진 한옥의 고요함.
모두가 모여 마음 한 켠에 조용히 남아
언젠가 바쁜 일상 속에서 꺼내볼 수 있는 작은 쉼표가 되어줄 것 같다.
차마시는뜰 — 그 이름처럼,
차를 마시고, 마음을 쉬는 뜰.
그런 곳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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