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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여행, 맛집

5월, 팔당 자전거길을 걷다 — 마음의 짐을 놓아두고 온 하루

by Rainbow Semicon 2025. 5.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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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당자전거 길

5월의 어느 날.
햇살은 없었지만 공기는 포근했고, 하늘은 연한 회색 구름으로 잔잔히 덮여 있었다.
그날은 어디론가 걷고 싶었다. 이유는 없었다. 그냥 걷고 싶었다.

서울에서 그리 멀지 않은 팔당. 자전거 타는 사람들로 유명한 그 길을, 오늘은 걸어 보기로 했다.
이름은 ‘팔당 자전거길’이지만, 걷는 사람에게도 그 길은 아주 너그럽다.

팔당 댐 부근에서 만난 터널길

 

 

 

터널을 지나, 풍경 속으로

길의 시작은 오래된 콘크리트 터널이었다. 팔당 자전거길 답게 길은 이쁘게 나 이었다. 
습기 머금은 시멘트 벽에 초록 이끼가 희미하게 퍼져 있었고, 터널 벽을 따라 불빛이 줄지어 켜져 있었다.
터널을 지나는 동안 나는 마치 다른 세계로 들어가는 기분이 들었다.
터널의 끝에서 비치는 녹음은 문득, “어서 와”라고 손짓하는 것만 같았다.

그곳을 지나자 세상이 달라졌다.
바닥에 깔린 자전거 도로 위로 구름이 드리우고, 왼편엔 북한강이, 오른편엔 숲이 펼쳐졌다.
차도 없고, 소음도 없었다.
그저 걷는 발자국 소리, 멀리서 들려오는 자전거 바퀴 소리, 그리고 바람.

팔당 자전거길을 따라

걷는다는 것은 참 묘한 일이다

몸은 솔직했다.
오랜만에 걷는 길은 다리에 묵직한 피로를 안겼고, 중간중간 “조금만 쉬자”라는 마음이 올라왔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 힘든 마음마저 어느 순간 잊혀졌다.

산책길엔 작은 꽃들도 피어 있었고, 철제 조형물들이 가끔씩 모습을 드러냈다.
커피 잔을 형상화한 조형물, 사랑을 상징하는 하트 장식, 누군가의 소망이 담긴 색색의 하트 조각들.
그 앞에서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아무것도 아닌 순간들이 이렇게 마음을 따뜻하게 만든다니.

팔당 자전거 길에서 만난 야생화

나도 몰랐던 내 마음이 정리되었다

사실 그날, 내 머릿속은 조금 복잡했다.
해야 할 일도 많았고, 해결되지 않은 고민도 있었다.
그런데 걷다 보니 이상하게도 그 모든 생각이 흐릿해졌다.
마치 바람이 머릿속을 한 번 쓸고 간 것처럼.

팔당 자전거길은 그런 길이었다.
힘들지만 가볍고, 낯설지만 따뜻한 길.
하늘이 흐려도 마음은 환해지는 길.

 

팔당호 주변 조형물
팔당 주변 커피숍

커피 향과 함께한 마지막 순간

길 끝 무렵, 작고 예쁜 카페 하나를 만났다.
하얀 울타리 옆, 오래된 나무 화분에는 "Endless Cup Coffee"라는 빈티지한 팻말이 붙어 있었고, 그 옆엔 연둣빛 수국이 자라고 있었다.

그곳에 앉아 아이스커피 한 잔을 마셨다.
아무 말 없이, 그저 창밖을 바라보며.
그 순간만큼은 모든 게 완벽했다.


정약용길 가는 길 , 가는 곳 마다 펫말이 놓여 있다.
중간에 만난 봉주르 카페

⛰️ 기억에 남는 말 한마디

“그날은 참 흐렸지만, 내 마음은 한없이 맑았다.”
그게 내가 팔당 자전거길에서 남긴 오늘의 문장이었다.


※ 이 길을 걷고 싶은 분들께

  • 📍 위치: 경기도 하남시 ~ 팔당댐 일대 (북한강변 따라)
  • 🚶‍♀️ 걷기 좋은 거리: 왕복 6~10km (구간 선택 가능)
  • 🧭 추천 구간: 팔당터널 ~ 팔당댐 전망 포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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