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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이야기와 산업트랜드

[반도체이야기] 중국의 좀비 팹, 그 실체와 반도체 산업의 그림자

by Rainbow Semicon 2025. 9.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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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좀비 팹

 

중국 반도체 산업의 야심, 그리고 그 이면

중국은 지난 10여 년간 '반도체 자립'이라는 국가적 목표 아래 막대한 자금을 투자해 왔습니다. 미국의 기술 규제와 글로벌 공급망 리스크 속에서, 자국 내에서 직접 반도체를 설계하고 제조하는 역량을 확보하려는 시도는 당연한 수순이었습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좀비 팹’(Zombie Fabs)**이라는 의외의 부작용이 대두되고 있습니다. 이는 중국 반도체 산업이 단순히 자금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복합적인 도전에 직면해 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좀비 팹이란?

좀비 팹은 건설은 시작되었지만 실제로 생산되지 않는 반도체 공장을 뜻합니다. 겉보기에는 멀쩡한 팹이지만, 내부에는 핵심 장비가 없거나, 인력과 기술이 부족해 가동이 불가능한 상태죠. 중국 반도체 업계에서는 이러한 좀비 팹이 수십 곳에 달하며, 누적 투자액만 수백억 달러에 이른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중국 팹 건설 붐의 이면에는 이런 투자 실패 사례들이 존재하고 있는 셈입니다.

대표적인 좀비 팹 사례

대표적인 사례로는 **HSMC(우한 홍신반도체)**가 있습니다. 이 프로젝트는 14nm 및 7nm 공정을 목표로 190억 달러 이상이 투자되었지만, 자금난과 기술력 부족으로 결국 무산되었습니다. 또한 Tsinghua Unigroup의 청두 3D NAND 팹, QXIC, Dehuai Semiconductor, AMS 등도 수십억 달러 규모의 투자를 받고도 장비 설치나 생산 없이 방치된 상태입니다. 이들 대부분은 지역 정부의 지원만으로 무리하게 추진되었고, 사기나 관리 부실이 겹치면서 사업이 좌초되었습니다.

왜 중국에서 좀비 팹이 생길까?

중국의 좀비 팹 현상은 단순히 한두 기업의 실패로 설명되지 않습니다. 이는 중국 반도체 정책 전반의 구조적인 문제와 연결되어 있습니다. 정부의 과도한 보조금 의존, 지역 간 과열 경쟁, 부족한 기술력과 인재풀, 미국의 수출 규제 등이 결합되면서, 겉만 번듯한 ‘유령 공장’들이 속출하게 된 것입니다.

또한 중국 팹 건설이 지역 주도의 투자 구조로 진행되다 보니, 단기 실적을 위해 무리한 목표가 설정되고, 기술 확보 없이 공장부터 지은 경우도 많았습니다. 반도체는 자본과 인프라뿐 아니라 장기적인 R&D와 글로벌 파트너십이 필요한 산업이라는 점에서, 이러한 접근은 실패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았습니다.

좀비 팹의 교훈

좀비 팹 문제는 중국만의 이슈가 아닙니다. ‘돈만 투자하면 반도체를 만들 수 있다’는 오해의 위험성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입니다. 반도체 산업은 단순 제조업이 아니라, 초정밀 기술과 글로벌 공급망, 그리고 숙련된 인력의 조합으로 돌아가는 시스템 산업입니다. 중국 반도체 산업이 좀비 팹을 넘어서기 위해서는, 단순한 팹 건설이 아닌 기술 내재화, 국제 협력, 장기 전략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향후 전망과 대응

다행히 최근에는 중국 정부도 이 문제를 인식하고 좀비 팹 정리 작업 및 ‘신뢰 가능한’ 프로젝트 중심의 재편성에 나서고 있습니다. 일부 좀비 팹은 다른 기업에 인수되어 회생 시도도 이뤄지고 있으며, 기술 확보와 인재 육성에 더 집중하는 방향으로 정책이 전환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중국 반도체 정책의 투명성, 기술 자립의 현실성, 투자 검증 시스템 개선 등 해결 과제는 산적해 있습니다. 좀비 팹은 단지 실패한 공장이 아니라, 중국 반도체 산업이 풀어야 할 근본 과제를 상징하는 구조적 현상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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