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이야기] 왜 열화상 카메라는 640×512 해상도를 사용할까?

 

왜 열화상 카메라는 640×512 해상도

열화상 카메라 스펙을 보다 보면 가장 많이 보이는 해상도가 바로 640x512다. 일반 영상에서 자주 보이는 VGA(640x480)랑 헷갈리는 경우가 많지만, 이 둘은 완전히 다른 기준에서 정해진 해상도다. 열화상 카메라 해상도는 그냥 편하게 VGA에서 조금 늘린 게 아니라, IR 센서 특성과 광학계, 보정 알고리즘에 맞춰 정해진 꽤 치밀한 구조의 결과물이다.

 

열화상 센서에 주로 사용되는 건 Microbolometer 방식의 IR 센서다. 이 센서는 정사각형 형태의 픽셀 배열을 가지고 있고, 제조 공정상 16의 배수 단위로 만드는 게 가장 효율적이다. 그래서 해상도도 자연스럽게 16의 배수인 640x512가 표준처럼 자리 잡게 됐다. 640은 16의 40배, 512는 32배라서 ROIC 같은 센서 구동 회로와도 딱 맞아떨어진다.

 

여기에 더해 512라는 세로 해상도는 단순히 숫자 하나를 더한 게 아니다. 열화상 영상에서는 비균일 보정이나 온도 왜곡 보정 같은 처리 과정이 중요한데, 이를 위해선 주변 픽셀 정보가 더 많이 필요하다. 480픽셀로는 주변부까지 커버하기가 부족해서, 보정 알고리즘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512로 여유를 두면 실제 유효 화상 라인은 500~505 정도만 쓰더라도 안정적인 결과를 얻을 수 있다.

 

또 하나 중요한 이유는 IR 렌즈의 특성이다. 일반 카메라에서 쓰는 CMOS 렌즈는 이미지 서클이 넓어서 4:3 비율도 무리 없이 커버한다. 하지만 열화상 렌즈는 대부분 게르마늄이나 특수 유리 재질을 쓰는데, 이게 생각보다 이미지 서클이 작다. 그래서 화면 비율이 정사각형에 가까운 640x512 같은 형식이 더 적합하다. 렌즈 주변부의 광축 왜곡이나 열 노이즈도 줄일 수 있다.

 

결정적으로, 이 해상도가 업계 표준처럼 자리 잡은 데엔 군사 규격의 영향이 크다. FLIR이나 DRS 같은 미국 방산 기업들이 처음 열화상 센서를 만들 때 640x512를 채택했고, 이후 민간용으로 확산되면서 그대로 굳어졌다. 일단 표준이 되면 렌즈, 센서, 영상처리칩, 보정 알고리즘까지 전부 이 해상도 기준으로 맞춰지기 때문에 생태계 전체가 쉽게 바뀌지 않는다.

 

그리고 숫자만 놓고 보면 640x512는 4:3인 VGA보다 조금 더 정사각형에 가깝다. 640x480은 1.33:1, 640x512는 1.25:1의 비율인데, 열화상 측정에서는 가로/세로 픽셀 균형이 온도 분포 측정이나 FOV 균형에 더 유리하게 작용한다. 실제로 현장에서 640x512가 제공하는 온도 Gradient나 정밀도는 확실히 체감될 정도다.

 

그러면 왜 640x480(VGA)은 안 쓰냐는 질문도 많이 나오는데, 일반 영상에서는 익숙하지만 IR 세계에서는 단점이 더 크다. 렌즈 주변부에서 왜곡이 크고, 보정용 픽셀 여유도 없고, 제조 효율도 떨어진다. 반면 640x512는 센서 구조, 보정 안정성, 광학계까지 고려한 최적의 포맷이다.

 

한 문장으로 정리하자면, 열화상 카메라 해상도 640x512는 IR 센서의 구조, 보정 알고리즘, 렌즈 특성, 산업 생태계 표준까지 모두 고려해 만들어진 최적의 선택이다. 단순히 VGA에 32픽셀을 더한 게 아니라, 기술적으로 꽤 많은 의미가 담겨 있는 숫자라는 걸 기억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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